일전에 알던 한 친구는 옷에도 관심이 많고 어떤 옷을 걸쳐도 썩 잘 어울리는 몸을 가지고 있었으나 자신감이 흘러내리는 듯한 표정을 자주 지었다. 그는 가끔 내게 이 옷이 좋을까 저 옷이 좋을까를 물어왔지만, 어차피 이 옷이나 저 옷이나 그가 입으면 이 옷이 저 옷 같고 저 옷이 이 옷 같았다. "저기, 아무래도 패션의 완성은 표정이 아닐까."라고 말해주고 싶었으나 이젠 그 친구가 내 곁에 없다. 하긴 무릎 나온 배기팬츠에 다 늘어져가는 티셔츠를 입고선 패션에서 가장 중요한 건 말이지, 하고 거들먹거리는 것도 설득력이 없어 보이니 입 다물고 있길 잘했다는 생각도 든다. 그래도 가끔 그가 지금은 어떤 표정을 짓고 있을까 궁금하다.
그의 표정이 부디 안녕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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