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을 그만두고 여행을 다녀왔다. 인생에는 상투로 설명되는 여러 가지 선택과 과정이 있다. 내가 한 일이 상투로 설명될 그런 이야기인지는 모르겠다. 나는 그저 온 몸의 긴장을 풀고 싶었다. 일을 그만두게 된다면 모르는 도시로 가 천천히 오랫동안 걷다가 돌아오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 길 위에서 정리되어야 할 (그 실체 없는) 일들이 덤으로 정리된다면 조금 고맙기도 하겠다고.
어쩌다 보니 그 도시는 뉴욕이 되었다. 그곳에 도착해 거리와 골목과 공원을 하루 종일 걸어다녔다. 그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을 보며 나는 행복을 그리고 곁에 머물러주는 사람들에 대해 생각했다.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나는 사랑하는 이들에게 엽서를 썼다. 그저 내가 언제까지나 믿을 만한 건 그냥 여기 이 햇빛이라고 말이다. 그것이 이번 여행을 통해 내가 느낀 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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