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추쌈을 권합니다

2013. 10. 23. 17:05 from 외면일기

 

"왜 너한테만 그런 일이 일어나면 안 된다는 건데?"

 

이런저런 불평불만을 쏟아내고달이 지나고, 이런저런 욕지거리를 하고 또 한 달이 지나고, 이런저런 상스러운 상상들을 내뱉을 때쯤 저 말이 툭 귀로 튀어들었다. 그 이후로 나는 과잉된 의식을 오줌과 함께 흘려보내 버렸다. 그리고 상추쌈 싸먹듯 자연스레 저 말을 고이 싸서는 꿀꺽 삼켰다. 세상엔 일어나지 말아야 하는 일이란 없는 거다, 리고 한 달이 지났다. 그 사이 말은 소화가 되어 내 몸에 살이 되어 붙고 피가 되어 흐르게 되었다. 이제는 입을 열어 이런저런 소리를 지저귈 재간이 없어졌다. 그저 그런가보다 생각한다. 손가락에도 힘이 들어가 얄망궂은 심사를 털어낼 수 있게 되었. 그러니 주변에 투덜대는 누군가가 있다면 가끔 상추쌈을 권하는 것도 괜찮습니다. 어디까지나 경험상의 이야기입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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