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내가 만난 사람들과 나눈 대화의 힘을 믿는다. 가장 싫어하는 일 중의 하나는 만나보지도 않은 사람을 소문에만 의지해 헐뜯거나 근거도 없이 평가하는 일이다. 그런 일도 싫지만 그렇게 소문을 대하는 사람도 싫다. 실제로 소문으로만 사람을 평가하고 폄하하는 인간과는 만나지 않는다. 직접 만나서 이야기를 해보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고 나면 누가 뭐라 해도 쉽게 흔들리지 않는다. 반대로 오랜 시간 대화를 나눠본 결과 이 사람과는 더 만날 일이 없겠구나 하는 경우도 있다. 대화라는 게 참 희한해서 몇 마디만 나눠보고 단어 선택하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상대의 많은 모습을 알 수 있게 해준다. 오랜 시간 알아 왔더라도 그 사람과의 대화 패턴이 지루하고 부정적이면 점차 만나지 않게 된다. 예전에는 이런 사람도 있구나 하며 만나서 이야기를 듣곤 했지만 이제 그러지 않는다. 시간을 보내기 위해 사람을 만나는 일도 없다. 누군가 만나고 싶으면 그 사람을 위해 시간을 비워둔다.
그리고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질문이다. 나는 '질문하는 수준을 보면 그 사람의 수준을 알 수 있다'는 말을 늘 염두에 두는데, 질문은 질문하는 이의 지식뿐 아니라 상식과 가치관을 모두 알 수 있게 해주기 때문이다. 가령 무엇인가가 궁금해서라기보다 상대를 상처입히는 것이 목적인 질문하기를 일삼는 사람이 있다. 또 단어 하나 하나 정성스레 선택해 요지를 전달하는 이도 있다. 누구나 곁에 두고 오래 보고 싶어 하는 이는 질문을 제대로 하는 사람이다. 질문을 제대로 한다는 것은 아무래도 제대로 된 생각을 가지고 바르게 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니까. 아무나를 아무렇게나 만나는 것은 좋지 않다. 좋은 사람들과 좋은 이야기를 나누며 살기에도 생은 짧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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