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눈 네가 찔렀다

2015. 12. 9. 13:25 from the scrap

 

얼마 전 '507살 조개의 허무한 죽음'에 대한 기사를 봤다.

 

영국의 뱅거대학 연구팀이 7년 전 기후변화 조사를 위해 아이슬란드의 한 해저를 탐사하다 507살 조개를 발견했다. 조개는 발견 당시 여전히 살아있는 상태로 연구팀은 껍질 안팎에 있는 줄무늬(생장선)를 통해 조개의 나이가 약 405살에 가까울 것으로 추정했다. 연구팀은 더 정확한 나이 측정을 위해 조개 껍질을 억지로 열어 조개의 나이가 507살인 것을 확인했다. 그러나 이로 인해 조개는 얼마 지나지 않아 죽고 말았다.

본 연구를 이끈 폴 버틀러 해양전문박사는 "놀라운 발견을 학회에 빨리 공개하려는 마음에 실수를 했다"면서 "그러나 조개의 속을 들여다 본 뒤에야 명백히 조개의 나이를 알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이 조개를 '밍(ming)'이라고 명명했다.

 

속을 들여다 본 뒤에야 명백히 알게 되었다니. 나는 이 기사를 읽으며 '실수'라는 단어 뒤에 오는 '그러나'라는 접속어가 과연 얼마나 의미 있는 것일까 생각했다. 마음이 급해 '실수'로 507년간 살아온 조개를 죽여놓고 '그러나' 나이를 명백히 알게 된 것을 성과라고 말하며 이름까지 지어줬다. 나는 쩐지 이 기사를 읽고 나니 얼마 전 엄마가 알려준 속담 하나가 떠올랐다. 

 

네 눈 네가 찔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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