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 보니'라는 말은 재미있다. 가령 '중국 남성 6개월간 키워온 개, 알고 보니 흑곰'과 같은 기사에서도 그 반전의 재미를 읽을 수 있다. 기사는 제목 그대로 중국의 한 남성이 집안에서 반 년간 애지중지 기른 강아지가 알고 보니 흑곰이었던 것으로 밝혀졌다는 내용이다.
원난성 덩홍저우에 거주하는 왕씨는 6개월 전 친구에게 검은 그루넨달 강아지 한 마리를 선물로 받고 귀여운 외모와 애교 부리는 모습에 쏙 빠져 하루하루가 즐거웠다고 한다. 그렇게 정을 쌓으며 지내는 동안 강아지는 점점 어마어마한 양의 음식을 해치웠고, 반 년만에 크기가 일반 강아지의 두 배로 커졌다. 귀와 입 모양도 달라졌다. 왕씨는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인터넷에서 관련 정보를 수집해 본인의 강아지를 면밀히 검토해본 결과, 왕씨는 자신이 키우는 강아지가 강아지가 아니라 곰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됐다. 왕씨는 관할 삼리미공안국에 연락해 도움을 요청했다. 경찰은 야생동물 수용센터로 강아지를 이송했고, 전문가 진단 결과 강아지는 흑곰으로 판명이 났다. 흑곰은 국가2급 보호동물로 가정에서 개인이 사육할 경우 법률에 저촉된다. 결국 왕씨는 정든 흑곰을 동물보호센터로 넘겨줬다.
왕씨는 '알고 보니 흑곰'이었던 강아지가 흑곰의 형상을 보여가는 도중에도 여전히 귀엽고 사랑스러웠다고 말했다. 번외지만 '알고 보니'라는 말은 기사에서 꽤 많이 사용되는 말이다. 그리고 그 앞 뒤에 어떤 말이 나열되느냐에 따라 미묘한 뉘앙스 차가 발생하기 때문에 사려 깊게 사용해야 하는 말이기도 하다. 가령 '어떤 범죄자, 알고 보니 소문난 효자'라는 제목의 기사가 문제가 된 적이 있다. 네티즌들은 어떤 범죄자가 '알고 보니 효자'라는 사실이 중요한 게 아니라, 소문난 효자가 '알고 보니 어떤 범죄자'라는 사실이 더 중요하다며 기사 제목이 갖는 의도에 항의했다. 그러니까 '소문난 효자, 알고 보니 어떤 범죄자'라는 표현이 진실에 더 가깝다는 이야기다. 미묘한 뉘앙스지만 확실히 의미 차이가 있다. 같은 사실을 다른 느낌으로 전달할 수 있는 말은 주의해서 정확하게 사용해야 한다. '알고 보니 흑곰'처럼 명확하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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