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에 대해서 생각한다. 언젠가 여름날 누군가 내 손을 바라보다가 "손이 달라졌네" 말했었다. "글을 써서 그런가?"라는 말을 혼잣말처럼 덧붙였는데 딱히 그렇다고 생각되진 않았다. 어쩌면 그런 것일 수도 있고. 손이 갖는 분위기는 얼굴의 생김새 만큼이나 기억에 오래 남는다. 내 기억에는 이상하게 놓기 망설여졌던 손이 하나 있는데 생김새 때문은 아니고 그 온기 때문이었다. 처음 내 마음을 움직였던 것이 그 따뜻한 손이었던 것처럼 끝까지 섣부르게 어떤 말을 할 수 없게 만든 것도 그 손이었다. 야들야들 따뜻하고 보드라워 언제까지나 잡고 있고 싶었다. 마음에 성이 날 때도 그 손이 슬며시 내 손을 잡아주면 신기하게도 마음이 풀렸다. 그다지 곱다고 할 만한 손도 아니었는데 섬세하고 부드러웠다. 그 손의 온도가 그의 가장 매력적인 곳이자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니까 그를 떠난다는 건 그 따뜻함을 잃는다는 것과 같은 의미였다. 그리고 손을 놓음으로써 관계는 져버렸다.
발에 대해서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발의 역할은 음악적인 순간에 함께 할 때이다. 예전에 한 피아노 공연에서 연주자의 발을 본 적이 있다. 내가 앉은 자리에서는 피아노 치는 사람의 발이 보였다. 페달을 밟는 발을 보고 있자니 피아노를 치는 건 손만이 아니란 걸 알 수 있었다. 연주자의 발은 연주를 하면서 동시에 건반 아래에서 춤을 추고 있었다. 이어 청중들의 발이 보였다. 당시 피아노 공연은 녹음이 함께 이뤄지는 자리였던 까닭에 대부분의 사람들이 연주가 진행되는 동안 숨쉬는 것에서부터 움직이는 행동까지 조심했는데 유독 발만은 그 행동에서 제외돼 있었다. 발은 하나의 개체로 리듬에 따라 좌우 위아래로 까딱까딱 움직이고 있었다. 나는 그날 리듬이 표현되기 가장 좋은 도구로서의 수많은 발들을 보았다. 그 발들이 몹시 즐거웠하던 기억이 난다. 그 모습들이 떠오를 때면 나도 그만 즐거워져서는 발을 까딱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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