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는 내게 조금 미스테리한 물건이다. 나는 자전거를 못 탄다. 그런데 가끔은 잘 탄다. 오늘은 잘 탔지만 내일은 또 못 탄다. 왜 그런지는 모르겠다. 그렇지만 잘 탈 때도 있으니 누군가 자전거를 타러 가자고 제안하면 기분이 들뜨고 즐거워진다. 내 마음 한 켠에는 자전거를 타고 조금 비틀거리다 보면 다시 잘 탈 때의 감각을 기억해 낼 수 있다는 믿음이 있다.
오래 전 여행지에서 자전거를 탄 기억이 난다. 내리막길을 내려가다 나 혼자 훌쩍 날아가 바닥에 내팽개쳐진 기억이다. 솔직히 말하면 나는 이 기억이 꿈이었는지 생시였는지 구분이 잘 가지 않는다. 자전거에서 튕겨나갈 뻔 한 것을 튕겨나갔다고 착각하는 것일까. 아니면 자전거를 탄 기억 자체가 꿈이었을까. 분명한 건 그 순간을 떠올리면 '히익' 소리가 날 만큼 아찔하면서도 즐겁다는 것이다. 역시 미스테리하다.
'외면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눈 깜짝할 사이, 표류선 (0) | 2019.10.29 |
---|---|
언어의 커피 (0) | 2019.10.25 |
10월의 어느 날에 (0) | 2019.10.09 |
콘텐츠는 없고 콘셉트만 있다 (0) | 2019.10.02 |
달팽이 사건의 전말 (0) | 2019.10.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