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가끔 사오정처럼 말을 알아들을 때가 있다. 오늘이 그런 날이었다. 좋아하는 카페에서의 일이다. 평일 오후라 그런지 카페에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나는 커피와 케이크를 주문하고 창가에 앉아 노트북을 꺼냈다. 좋아하는 공간에서 맛있는 디저트를 먹으며 조용히 일을 하고 있으니 무척 즐거웠다. 한참 뒤 가게에는 한 중년 커플이 들어왔다. 자리를 잡고 앉은 남자가 "나는 언어의 커피를 마실게요"라고 말하는 소리가 들렸다. 이 카페에는 그런 메뉴가 없다. 나는 그것이 그들만의 은유라고 생각하며 '언어의 커피라니, 정말 시적인데?'라고 감탄했다. 그때 여성분이 "여기 언어의 커피가 뭐예요?"라고 바리스타에게 묻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돌아오는 대답으로 나는 언어의 커피가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 그것은 다름 아닌 '오늘의 커피'를 말하는 것이었다. 나의 청각은 오늘도 나를 실망시키지 않았다. 언어의 커피라니, 때로는 잘못 들은 말이 더욱 낭만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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