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일요일 한 유튜버가 진행한 아유르베다 쿠킹 클래스에 다녀왔다. 나름 인기 유튜버라 수업에 대한 기대가 컸는데 결과적으로 시간도 돈도 아까운 강의였다. 강사는 결코 저렴하지 않은 비용을 지불하고 주말에 시간을 내서 찾아온 사람들에게 "나 같으면 주말에 여기에 안 오겠다"는 말을 몇 번이나 했다. 심지어 지방에서 온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알고 "지방에서 오는 사람들은 부담스럽다"고도 했다. 자신의 수업이 '별 거 없다'는 사실을 잘 알면서 타인의 시간과 돈을 이렇게 낭비하게 만들다니 그 태도가 당황스러울 만큼 뻔뻔하게 느껴졌다. 그는 결국 이론 수업시간 엄수도 제대로 하지 못해 지방에서 온 사람이 요리 클래스를 끝까지 보지도 못하고 가게 만들었다.
요리 수업은 사실 더 가관이었다. 수강 인원이 애초에 소수로 정해진 수업이었음에도 정확한 레시피와 체계적인 설명이 부족했다. 강사는 밥물의 양도 제대로 맞추지 못해 수업에 참가한 나이 지긋한 여성분에게 그것을 부탁했다. 요리는 그가 한 번도 시도해보지 않은 레시피로 만들어졌고 한 번도 써본 적 없는 선물 받은 소금이 대중 없이 사용되었다. 대용량으로 끓여지는 요리에 수강생 하나가 먹던 숟가락을 계속 넣어 맛을 보는데도 어떠한 제재도 없었다. 입맛이 뚝 떨어지고 당장 그곳을 나가고 싶었다. 음식의 맛이나 '아유르베다'라는 학문에 대한 궁금증도 순식간에 사라졌다. 친구에게 나중에 그 상황을 전하니 "그 돈이면 다른 센터에서는 조별로 요리를 직접 할 수 있도록 해준다"면서 "아유르베다가 인도의학이라서 그렇게 위생관념이 없는 거냐"고 되물었다. 그건 모르겠지만 적어도 그의 수업으로 아유르베다라는 학문에 대한 인상이 나빠진 것은 사실이다. 나의 소중한 주말을 좀먹힌 아유르베다, 그 이상의 생각은 들지 않는다.
그가 또 다음 클래스를 연다는 소식을 들었다. 사람들이 왜 시간을 내서 찾아오는지 의아하다는 수업을 왜 계속 여는 것일까. 지방에서 찾아오는 사람이 부담스럽지 않으려면 수업 준비를 더 잘 하면 될 것이다. 그 역시 그 사실을 모르고 있지는 않을 것이다. 그의 콘텐츠는 편집이라는 툴이 있는 유튜브로만 봐도 충분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콘텐츠 없이 콘셉트만으로 장사하려는 사람들이 넘쳐나는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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