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지막이 일어나 요가를 하고 뭘 먹을까 생각하다 수제비를 떠올렸다. 생각해 보니 혼자서 수제비를 만들어 먹어 본 적이 없다. 수제비는 추운날 잘 어울리는 음식이다. 영화 <리틀 포레스트>에서 혜원은 수제비 반죽이 숙성되는 동안 마당에 쌓인 눈을 치우고 오던데 나는 쓸어낼 눈이 없으니 집안을 조금 치운다. 반죽이 냉장고에서 숙성되는 동안 멸치 육수도 진하게 우려낸다. 한 시간 정도 지나면 반죽을 꺼내 뜨거운 육수에 먹기 좋게 뜯어 넣는다. 어릴 때는 수제비를 뜨는 아빠 옆에서 손바닥만한 수제비도 떠 넣고 곰 모양, 달 모양도 만들어 넣었는데 나 혼자 먹을 때는 그런 얄궂은 모양을 만들지 않는다. 얇으면 얇을수록 맛이 좋다는 생각 뿐이다. 아, 나는 이제 별도 달도 없는 어른이 되어 버린 것이다. 어른의 반죽을 다 떠 넣고 준비한 채소들까지 털어 넣어 한소끔 호로록 끓이고 나면 나름 그럴싸한 수제비가 완성된다.
뜨끈한 수제비를 한 그릇 뚝딱 먹고 나서는 냉동실에 넣어둔 티라미수를 꺼내 먹는다. 입 안에 달콤함과 부드러움이 한가득 퍼진다. 디저트 타임에는 넷플릭스로 영화 <위대한 개츠비>를 본다. 입으로는 티라미수를 먹으면서 눈으로는 개츠비를 연기한 디카프리오에게서 눈을 떼지 않는다. "모든 여자가 바라는 그런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는(The way he looked at her is the way all girls want to be looked at)" 개츠비를 보면서 이 달콤함이 티라미수 때문인지 디카프리오 때문인지 잠시 헷갈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