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것도 없이 9월이다'라고 쓰다가 정말 한 것이 없나 하고 돌아보니 그렇지가 않다. 사실은 매일 조심스러웠고 고군분투했다. 그러므로 관성처럼 '한 것도 없다'는 말은 쓰지 않는 것이 좋겠다. 최근에는 장마에 태풍까지 날씨마저 거칠고 변화무쌍하다. 나는 외부 환경을 주시하는 한편, 내 마음을 자주 들여다보려 애썼다.
지난 봄과 여름을 지나는 사이 우리는 수많은 민낯을 목격했다. 감염병 시대를 틈타 더욱 심화된 인종차별, 집단의 이기, 종교의 광기, 사이비와 비사이비 간의 모호함은 일상에 새로운 피로를 더했다. 상식의 선을 넘는 일들 속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일단 내 작은 생활을 유지하는 것에 있었다. 무기력해지는 마음을 털어내고 건강하게 식단을 챙기고 가까이 지내는 이들에게 안부를 묻고 물리적으로는 거리를 유지하며 적당히 일을 하는 것 말이다. 나를 챙기는 일이 곧 사랑하는 사람들을 지키는 일이라는 생각으로 나를 단속하고 보살폈다. 생활을 단정하게 정돈하고 되도록 그 곁에 머물렀다. 그러니까 나는 최선을 다해 9월에 와닿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