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터스 투 줄리엣>. 길게 이야기할 수도 있겠지만, 이 영화에 있어서는 두 마디 대사(특히 두 번째 대사)에 대해서만 말하려 한다.
1. "May I come with you?"(라는 말을 건넴으로써 소피의 인생을 바꾼 여행이 시작되었다.)
2. "우리 관계를 이해할 수 없게 되었어."(소피는 약혼자에게 일방적 통보가 아니라 이별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이해를 구했다.)
소피는 함께 있는 순간에도 항상 자신의 일 이야기에 들떠 있는 약혼자에게 외로움을 느낀다. 오늘은 누구를 만났고 어떠했다고 말하면 약혼자는 늘 그나저나 하는 딴청으로 자기 이야기를 한다. 글을 쓰는 소피가 출판을 앞두고 약혼자에게 자신의 글을 먼저 보여주지만 그는 출판되면 읽지 뭐, 라는 해맑은 무심함으로 그녀가 할 말을 잃게 만든다. 연인 사이에 그런 무심함이 이어지면 연인으로서의 특별함은 사라지는 것이다. 그럼에도 사랑하고 있노라 믿고 싶겠지만 어쩌겠나. 이미 끝난 거다.
특히 그들의 이별 장면은 나에게 '사랑하는 사이라면'이라는 주제와 '이별하는 태도'에 대해 생각하게 했다. 소피 커플은 결혼을 앞두고 예비 신혼여행으로 이탈리아에 갔다. 어떤 때보다 서로의 곁에서 행복하고 즐거워야 하는 시간이었지만 약혼자는 일을 핑계로 몇 번이나 소피를 혼자 둔다. win-win이라는 말까지 곁들여가며. 소피가 이별을 말하자 그가 말한다. "우리는 일주일이나 떨어져 있어도 아무렇지도 않았잖아." 소피가 말한다. "일주일 간 헤어져 있어도 괜찮았다는 것. 그게 문제였어." 사랑하는 사이라면 한 시도 떨어져 있기 싫어야 하는 게 아니냐고, 그런데 우리는 함께 있지 않아도 너무나 괜찮았다고, "나는 더 이상 우리 관계를 이해할 수 없게 되어버렸다"고. 그도 소피도 그가 변하지 않을 것이란 걸 알고 있다. 예전의 소피는 그런 그를 사랑했지만 이제는 아니다.
사랑하는 사이라면 한시도 떨어져 있기 싫어야 하는 게 아니냐는 소피의 말에 동감한다. 윤상은 '사랑이란 함께 숨쉬는 자유'라고 노래했지만 내가 생각하는 사랑이란 '함께 숨쉬는 시간'이다. 함께 있어야 하는 시간에는 곁에 있어주는 것. 서로 간절히 보고 또 보려고 하는 노력. 다음은 클레어가 소피에게서 받은 편지를 읽어주는 장면이다. 50년 만에 첫사랑을 찾게 용기를 준 그녀의 편지의 요는, 됐고! 사랑을 얘기할 때 너무 늦은 때라는 건 없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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