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슬리만 없다

2021. 3. 12. 23:39 from 외면일기

 

어제 집에 오는 길에 기사에 쓸 사진을 찍기 위해 마트에 갔다. 집 근처니까 잠시 들러 사진을 찍고 파슬리도 사와야지 생각했다. 파슬리는 지하 식품코너에 있다. 마트에 들어가 식품코너로 가는 길에 버섯이 눈에 들어와 한 팩 집었다. 이윽고 파슬리 판매대 앞에 서서 마지막으로 남은 파슬리 두 봉지를 손에 쥐었다. 손이 버거워 장바구니를 찾아 들었다. 장바구니가 생기자 왠지 마트를 한 바퀴 둘러보고 싶어졌다.

 

이후 다시 채소 코너로 돌아가 깻잎과 샐러리를 고르고 콩나물과 새우, 즉석 떡볶이와 밀키트를 바구니에 넣었다. 그러다 '아 맞다, 촬영해야지' 하며 2층으로 올라가다 말고 스낵코너를 서성이며 과자 두 봉지를 집어 들었다. 2층에서는 짜장라면 한 봉지와 굴소스가 자연스럽게 장바구니에 들어갔다. 계산할 때가 되자 바구니가 너무 무거웠다. 나는 파슬리와 즉석 떡볶이를 뺐다. 집에 돌아와 냉장고를 채우다 보니 파슬리 자리가 허전하다. 파슬리를 사러 갔던 건데 파슬리만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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