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흙의 감촉

2022. 2. 17. 19:20 from 나의 수업시대




겨울 흙에는 겨울 흙의 감촉이 있다. 차갑지만 부드럽고 그러다 문득 다시 차갑다. 손이 얼면 흙 만지는 움직임이 부자연스러워지기 때문에 물통에 찬물과 따뜻한 물을 적당히 섞어서 담는다. 초보자들은 물을 많이 사용할 수밖에 없는데 흙의 물기가 줄어들면 흙을 만지는 데 힘이 더 들어가기 때문이다. 숙련자들은 물을 덜 쓰면서도 흙을 잘 다루지만 초보자인 나는 틈틈이 손으로 물기를 더하면서 흙을 부드럽게 만든다. 오늘은 남은 흙이 적어서 컵 두 개를 만들고 나니 작업이 끝났다. 그나마도 하나는 모양이 어그러졌다. 그래도 아무 상관 없다는 듯이 벽에는 나무 그림자가 어른거리고 등 뒤로는 겨울 햇살이 따뜻하게 내리쬔다.

작업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는 언니와 간식을 나눠 먹었다. 물레를 차는 일에는 생각보다 많은 체력이 요구된다. 수업 전 식사를 든든하게 챙기는 것은 물론, 소량의 간식을 준비해 다녀야 한다는 것을 경험을 통해 금방 배웠다. 지난번 첫 수업 후 내가 간절하게 내뱉은 첫 마디도 그래서 "차에 빵 있지?"일 수밖에 없었다. 앞으로도 우리의 귀갓길에는 소소한 간식이 함께 할 것이다. 열심히 일하고 열심히 먹는 것. 내가 정말 좋아하는 조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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