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은 "도자기는 버릴 게 하나도 없어요"라고 말씀하셨다. 우선 흙을 계속해서 사용할 수 있다. 기물을 빚다가 모양이 원하는대로 나오지 않더라도 그것은 버려지지 않는다. 그대로 말려서 부순 후 다시 반죽을 하면 말랑한 흙으로 되돌릴 수 있기 때문이다. 굽을 깎고 나면 남는 사과껍질이나 톱밥 모양의 부산물도 마찬가지다. 기물의 덩어리가 클 경우 물에 넣어 두면 알아서 풀어진다. 정말 신기한 물성이다.
버릴 게 하나도 없다는 말은 곳곳에서 적용된다. 일례로 물통으로 쓰고 있는 밥솥과 고무 다라이가 있다. 고무 다라이는 과일 가게에서 딸기를 쌓아서 팔곤 하는 작은 사이즈의 붉은색 대야다. 나는 도자기를 배우면서 물건의 새로운 쓰임도 다시 배운다. 내가 물통으로 쓰기로 하면 밥솥도 충실한 물그릇이 되어준다. 물건의 용도란 고정관념만 버리면 선 없이 다채로워질 수 있다. 기물의 크기를 재는 잣대도 바로 뒤뜰에 있는 대나무를 꺾어서 만들 수가 있다. 그저 그렇게 하기로 마음만 먹으면 무엇이든 내게 필요한 물건으로 사용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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