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돌아보는 데도 기술이 필요하다. 리베카 솔닛은 《멀고도 가까운》에서 "성인이 되어 얻은 자원과 통찰을 지닌 채 어린 시절의 상황으로 되돌아가보는 것은 종종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 문장을 딸의 삶에 분노를 쏟아내던 어머니의 행동을 서술한 뒤에 썼다. 같은 챕터의 후반부에서 이런 말도 했다. "다른 이야기라는 무대에 우리를 세워 놓고 그렇게 작아진 스스로를 보는 것, 당신과 관련이 없는 세상의 광활함을 보는 것도 바라보기의 기술이라고 할 수 있다."
같은 날 찰스 핸디의 인터뷰 기사에서는 이러한 말을 읽었다. "쓰다 보면 알게 돼요. 인생에서 내가 배운 것이 무엇인지. 삶은 앞으로 나아가지만, 뒤돌아볼 때 비로소 이해되거든요.” 그의 긴 인터뷰에서 한두 줄에 그치는 이 짧은 문장에서 나는 잠시 숨을 고른다. 그리고 평소 어딘가로 되돌아가야 할 때 글을 도구로 삼을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이 문장에 포개본다. 쓰여짐으로써 비로소 정리되었던 시간들, 머릿속으로 수십 번 재생 버튼을 눌러도 응답하지 않던 일들이 한 글자씩 나아감으로써 온전히 받아들여지곤 했던 경험들. 운이 좋으면 쓰는 행위를 디딤돌 삼아 마침내 그곳을 빠져나올 수도 있었다. 아니면 새로운 형태와 감정으로 기꺼이 머물 수도 있었다.
리베카 솔닛의 글과 찰스 핸디의 인터뷰는 내게 바라보기의 중요한 기술을 새삼 상기시켰다. 아래는 찰스 핸디의 인터뷰 기사다. 세상에 잘 머물 수 있는 방법을 그의 친절한 언어로 알려주는 인터뷰다.
[김지수의 인터스텔라] “삶에서 가장 중요한 건 친구” 英 최고 지성, 찰스 핸디의 마지막 충언 - 조선비즈 (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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