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과 올해 전국적으로 이어진 예외적인 폭우와 기록적인 폭염은 모기들의 산란지이자 주요 서식지인 물웅덩이에 직접적인 피해를 줬다. 빗물은 물웅덩이와 모기 성충들을 모조리 쓸어갔고, 건조하고 뜨거운 햇빛은 물웅덩이를 말라붙게 했다. 그래서 모기들이 사라졌다. 해충 번식에 가장 중요한 적정 온도와 습도가 망가진 것이다. 이건 어떻게 보면 조금 불쌍한 이야기다. '모기뉴스' 같은 게 있다면 리포터가 "전에 없던 이상기후 현상으로 모기들이 실종되었습니다. 작년 폭우에 이어 올해 폭염으로 모기들이 설 곳을 잃은 것입니다. 경기도 광명에 사는 한 모기가 울상을 짓고 있습니다."라고 하며 흙먼지 날리는 웅덩이 옆에서 넋을 잃고 있는 모기를 비춰줄 것만 같다. 2년 연속 속수무책으로 당하다니 그쪽에도 사랑의 리퀘스트나 정부지원금 같은 게 필요할 지도 모른다. '정부는 출산에 대한 복지를 보장하라!'는 피켓을 들고 모여들지도. 모기의 인생이라는 것도 뭐 별 거 없구나 하는 생각이 들자 마음 한 켠이 측은해진다.
그런데 '생물은 생활 환경에 적응하면서 단순한 것으로부터 복잡한 것으로 진화한다'는 진화론에 따르면 은근히 걱정스러운 마음도 든다. 보통 이런 고난을 거친 개체는 항상 더 강해지곤 했으니까. 내년에는 폭우와 폭염에도 끄떡없는 울트라파워 모기가 나올 지도 모를 일이다. 그렇지만 올해는 파워를 갖추기 힘들 것으로 전망된다. 안녕, 모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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