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향을 욕망한다는 것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있다. 욕망한다는 것은 가지지 못한 것을 갖고 싶어하는 마음이다. 언젠가 욕망과 욕심의 차이에 대한 질문을 받은 적이 있다. 욕망은 가지지 못한 것을 갖고 싶어하는 마음이고, 욕심은 가진 것을 더 갖고 싶어하는 마음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욕망은 가져볼 만한 마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타인의 취향을 욕망하는 것은 위험하다. 나는 취향을 욕망하는 사람들이 타인의 취향을 훔쳐오는 것을 종종 목격했다. 그럴 때마다 장물아비의 물건처럼 취급되는 취향도 함께 봤다. 취향이란 경계가 애매해 도둑맞았다고 화를 낼 수도 없다. 당신의 노력은 겨우 인공적인 탐색에 그칠 뿐이라고 화를 내다가도 그건 그쪽 사정이니 어쩔 도리가 없는 것이다.
김훈은 "모든 정치적 언어가 갖는 그 뻔뻔스러움의 바탕은 바로 의견과 사실을 뒤죽박죽으로 만들기 때문에 벌어지는 것이다. 이러한 언어로 우리는 소통을 이룰 수가 없다."고 말했다. 의견을 사실처럼 말하고 사실을 의견처럼 말하는 것. 의견과 사실에 대한 미숙한 구분은 위험하고 따분한 것이다. 취향에 대한 부주의한 동의와 흉내도 그와 비슷하다. 말하자면 그것은 타인의 시선에 대한 집요한 인식 같은 것이다. 이렇게 잘난 척하며 말하면 너의 그 몇 되지 않는 취향은 날 때부터 네 것이었느냐 물을 수도 있겠다. 그러면 할 말이 없다. 취향 도둑들에 대한 기준점은 역시 애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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