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친척 중 누군가가 돌아가셨다는 이야기를 듣는 순간 동공이 조금 커진 것을 제외하면, 나의 일상은 그대로였다. 그다지 배가 고프지는 않았지만 꼭 그래야만 하는 것처럼 카드를 호주머니에 쑤셔 넣고 아래층으로 천천히 내려가 빵집에서 빵 몇 개를 사고 그 옆 카페에서 따뜻한 음료를 샀다.
다시 컴퓨터 앞에 앉아 흥미롭지만 곧 잊어버릴 가십들을 눈으로 따라가며 빵 조각을 입에 집어 넣었다. 그 텁텁한 밀가루 덩어리를 씹으면서 나는 내가 배가 고프지 않다고 생각한다. 배가 고프지 않아, 하며 따뜻한 음료 한 모금, 배가 고프지 않은걸, 하며 다시 빵 한 조각, 이런 순서다. 밀가루 덩어리와 따뜻한 음료와 배가 고프지 않다는 생각이 한데 엉켜 명치 끝에 기우뚱 자리잡았다.
사람이 오고 사람이 간다는 것이, 이토록 아무 일이 아니어도 될 일일까. 밀가루 덩어리는 언제부터 여기 머물고 싶었던 걸까. 오늘이 정말 나의 일상인 걸까.
'외면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취향 도둑들 (0) | 2012.12.03 |
---|---|
동무 왜 이리 말이 많소 (0) | 2012.11.23 |
약이 오른다는 건 (0) | 2012.09.29 |
한눈에 반했다 (0) | 2012.09.13 |
고속버스 승무원이 있던 시절 (0) | 2012.09.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