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맞다, 스물 아홉

2013. 1. 2. 21:42 from 외면일기

 

작년에는 연례행사처럼 해오던 다이어리 마련 작업을 생략하고 특별한 계획도 목표도 세우지 않는 것으로 새해를 시작했다. 명목은 관찰자의 입장에서 조용히 지내보자는 것이었는데, 한 해 동안 틈틈이 서걱거리던 마음을 몇 번 관찰한 것을 제외하면 딱히 관찰자로서 자부를 느낄 만한 무엇은 없었다. 관찰 결과, 관찰이란 시간을 비워두고 하는 게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역시 시간은 밀도있게 보내는 쪽이 좋다는 결론을 내리고 며칠 전 2013년 달력과 다이어리를 마련했다. 촌스럽고 관념적인 작업이다. 하지만 이런 행동이 확실히 무언가 시작하겠다 티를 내는데는 도움이 된다. 

 

달력을 보다 보니 문득 내 나이 이제 이십 대의 마지막 줄에 접어들었다는 것이 기억났다. 시간의 경계는 늘 미심쩍은 구석이 있다. 어제와 오늘의 경계와 작년과 올해의 경계가 한결같이 1초만에 나뉜다. 이러니 올해도 한 동안 나이를 묻는 사람이 있으면, 스물 여덟, 아 맞다, 스물 아홉이에요, 라고 칠칠치 못하게 대답하게 생겼다.

 

 

 

 

'외면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봄이 혀 끝에 닿았다  (0) 2013.03.27
이제는 없는 코끼리  (0) 2013.02.28
그때 그 사람  (0) 2012.12.29
떫은 대봉이 한 마리  (0) 2012.12.17
설탕눈이 쌓이면  (0) 2012.12.13
Posted by sputnik.K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