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키처럼, 내 머릿속에도 조르지오와 카를로가 있다. 똑같은 벌은 아니다. 하지만 같은 종이다. 붕붕거리며 나를 무력화시키고 있다. 삶을 간소화하고, 생활동선을 줄이고, 살아가는데 있어 무엇을 우선순위로 둘 것인지를 고민하는 중이었다. 그런데 난데없이 벌이 등장한 것이다. 나는 사지를 늘어뜨리고 동공에 힘을 약간 푼 채 부정확하고 의미 없는 단어들을 입 안에 우걱우걱 집어넣고 우물거렸다. 가끔씩 뱉어내는 말에는 약간의 침과 단내만이 섞여 있었다.

 

같은 시간, 잠에서 깨어난다. 잠에서 깨어났지만 일어나지는 않는다. 일어나고 싶지 않다, 고 생각한다. 아니,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 사이에는 아무런 차이가 없다. 이미 침대에 등이 들러붙어 움직일 수가 없다.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않는다, 가 오늘 아침의 룰이다. 이 방 안에서 움직이고 있는 건 가끔씩 열리는 눈꺼풀 뿐이다. 룰을 깬 건 오른손이다. 불현듯 알람시계를 쳐들어 눈 앞에 들이미는 짓을 한 것이다. 못되고 몹쓸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인지된 지각. 이건 전혀, 건강하지 못하다.

 

조르지오와 카를로 같은 소리 하고 있다. 나는 무기력함에 놀아나고 있을 뿐이다. 그렇다면 계속 걸어나가면 된다. 아니면 계속 쓰든가. 그리고 조금 단순한 삶을 살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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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putnik.K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