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체국에 갔다 사무실로 들어가는 길에 거쳐가는 공원이 있다. 그때마다 꼭 지나가게 되는 평상이 있는데, 오늘 거기 누워봤다. 옆 평상에 누운 아저씨의 까만 발에서 눈을 돌리자 지붕 아래에서 열심히 음식을 갈무리하고 있는 거미가 보였다. 매미 소리가 귓바퀴를 타고 흘러들어왔고 눈을 감아도 나뭇잎에 걸리는 햇살의 반짝임이 눈두덩이로 떨어져 내렸다. 숨을 들이키자 옆에 함께 누운 이의 향수향과 그늘의 냄새가 섞여 코 속으로 훅 밀려 들어왔다. 여름. 그래, 여름에 대해서 써보자.
여름하면 가장 먼저 여름 저녁이 떠오른다. 낮이 길어지는 계절에는 밤이 되기까지의 시간도 덩달아 길어지는데, 해는 졌지만 쉽사리 어둠이 찾아들지 않는 그 푸르스름한 시간이 여름임을 알게 해주는 것이다. 주변을 살펴보면 활동적이고 노는 것도 잘하는 친구들이 상당수 여름을 좋아하는데, 어둠이 찾아들지 않는 그 긴 시간 때문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여름에 대해 써보고 싶었는데 더 이상 마땅히 떠오르는 게 없다. 여름은 늘 짧다는 것 정도. 장마철과 몇 번의 태풍 때문인지 무더운 날로 이어지는 여름은 금방 끝나는 느낌이다. 게다가 이 일을 시작하고 나면서부터는 마감을 두 번만 하고 나면 여름이 훌쩍 지나가 있다.
어떡하지. 글 쓰는 게 꼭 냉동실에 오랫동안 넣어둔 떡을 억지로 녹여서 씹는 것처럼 맛이 없어져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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