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이었다. 친구들의 열렬한 지지를 얻고 있는 사주집을 찾은 적이 있다. 나는 원래 사주를 믿지 않는데, 그날 이후 더욱 사주를 본다는 행위를 믿지 않게 되었다. 당연히 나에 대한 이야기가 전혀 맞지 않았기 때문이다. 어느 정도로 엉터리였는가 하면 궁극에는 내 입에서 "죄송하지만 이런 게 맞다고 생각하세요?"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언젠가 사주명리학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는데, 자연의 섭리와 음양오행을 고려해 퍼즐처럼 내려오던 책 열 권 중 여덟 권이 소실되면서 사람들이 나머지 두 권에 의지해 사주를 볼 수밖에 없게 되었다는 것이다. 사주를 믿고 믿지 않고는 개인의 판단이고 선택이지만, 그때 그 이야기를 해주셨던 분은 사람들에게 "그러니까 사주에 너무 의지하지 말어."라고 하셨다.
게다가 생각해 보면 나는 누군가 나에 대해 안다는 듯이 말하는 것을 싫어한다. 조금도 맞지 않는 말을 하면서 거드름을 피우는 것은 더더욱 싫어한다. 아귀를 잃어버린 논리에 매달린 누군가의 말을 듣는 것보다는 경험과 육감에 귀 기울이는 것이 살아가는데 더 도움 되는 것 같다. 예감이란 중요하다. 느낌이 좋지 않던 사람을 만나거나 감이 좋지 않음에도 추진했던 일이 나를 힘들게 한 적은 있어도 그러한 예감을 무시하지 않고 조심했을 때는 일도 사람도 순탄하게 흘러갔다.
어떤 시간은 지나갔다. 터널의 끝에서 보니 내가 어디에 있었던 건지 알겠다. 그날의 복채는 무엇보다 너의 육감을 믿으라는 결론을 얻기 위한 것이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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