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1시의 의인화

2014. 10. 17. 01:47 from 외면일기

 

자유인으로 무사태평한 시간을 보내던 시절, 새벽까지 깨어있는 날이면 어김없이 골목길로 들어서던 쓰레기 수거차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그 소리에 이상하게 마음이 동요되곤 했다. 새벽 1시, 수거차가 집 앞에 멈춰 서면 쓰레기 통 열리는 소리가 나고 쓰레기가 쓰레기차에 실린다. 잠시 후 다시 시동이 걸리고 골목길을 떠나가던 수거차. 그 소리는 내게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이 무엇인지를 떠올리게 했는데, 그러니까 그때의 나는 그저 소비를 위한 행동만을 하고 있었다.

 

새벽 1시만 되면 덜컹덜컹 골목길로 전진하던 수거차는 내게 '밥은 먹고 다니니?' 말을 거는 것 같기도 했고, '지금 뭐해?' 묻는 것 같기도 했고, '요즘 너가 하는 일이란 그런 거지.'라고 대신 대답해주는 것 같기도 했다. 내가 버린 것들은 쓰레기가 되어 나를 떠나갔다. 요즘도 새벽에 어디선가 쓰레기 수거차 소리가 들리면 척추를 곧추세우게 된다. 수거차가 지나간 골목은 다시 고요 속에 잠기고 많은 것들이 소리 뒤에서 침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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