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슬픈 외국어

2015. 7. 26. 16:37 from 작은 사건들

 

홍콩에서 요가 수업을 듣고 있다. 한국에서의 수업과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한국에서의 요가 수업이 강사의 말을 중심으로 개인적으로 고요히 이뤄졌다면 이곳에서는 수강생들이 서로를 격려하며 발랄하게 동작들을 해나가는 분위기다. 간혹 어려운 아사나(동작)를 해내기라도 하면 사람들이 "와!" 하며 박수를 쳐주는 바람에 나도 모르게 베시시 웃으며 얼굴이 붉어지고 만다. 수업은 대체로 영어로 이뤄지지만 가끔 홍콩에서 쓰는 언어인 켄토니즈가 섞이기도 한다. 그러나 영어나 켄토니즈를 몰라도 수업을 함께 하는 데는 지장이 없다. '지금 선생님이 오른쪽 다리를 앞으로 내밀었으니까 나도...' 하며 눈으로 보이는 동작을 재빠르게 따라하면 된다. 몸을 보다 보면 상대가 전하고자 하는 뉘앙스를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요즘은 내 몸이 어떻게 쓰이고 있는지 제대로 알고 싶다는 생각을 자주 한다. 그래서 기회가 있을 때마다 몸을 자주 움직이고 있다. 관절은 어떻게 움직이는지, 근육은 언제 사용되고 또 사용되지 않는지 그 쓰임들을 알고 싶다. 내 몸을 이해하고 받아들이기 위해 일정한 시간을 보내는 건 기분 좋은 일이다. 나는 유연성은 좋은 편이라 크게 애쓰지 않아도 대부분의 아사나가 가볍게 되지만, 특정 부위의 근력이 부족해 시간을 들여 근육을 키워야 한다. 또 팔목을 무리 없이 사용하는 법에 대해서도 아직 잘 모르겠다. 몸을 움직이면 움직일수록 내 몸이 내 것이지만 내 것이 아닌 느낌이 든다. 마치 가까운 나라의 다른 언어 같다.

 

몸에 집중하다 보면 몸의 예민한 반응에 대해서도 알게 된다. 기호적인 면보다는 원초적인 체질의 영역에 관한 것이다. 가령 소화력이 떨어지는 시간대나 피곤증이 짙어지는 상황 등에 대해 알게 되는데, 나의 영역을 제대로 알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살아가는 데 많은 도움이 되는 것 같다. 수업을 맡은 레이먼드라는 젊은 선생님은 곧 한국으로 돌아가는 나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남겨줬다. 기회가 되면 또 만나면 좋겠다. 레이먼드도, 수업을 열심히 들으며 서로에게 박수쳐주던 사람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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