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송년음악회에 다녀왔다. 트럼펫 소리는 매력적이었고 피아노 선율은 조용히 마음을 누그러뜨렸다. 드러머는 풀잎 위의 이슬을 털어내듯 화음 속을 섬세하고 발랄하게 뛰어다니고 있었는데 그 동선이 몹시 인상적이었다. 내년에는 나도 저런 느낌으로 살면 어떨까 생각했다. 풀잎 위의 이슬을 털어내듯 발랄하고 부드럽게.

 

지나고 보니 재미있는 일이 참 많았다. 타인의 착각이 만들어낸 드라마틱한 사건도 있었고, 아 저 사람이 그런 사람이었구나 하는 걸 알게 해준 에피소드도 있었다. 2015년의 사람들. 그 속에서 나는 시간을 보냈고 생각했고 크고 작은 마음들을 나눴다. 일을 하는 데 있어서는 더 유연해졌고 동료들과는 더 많이 교감하며 즐거워했다.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 선물을 고르는 데 자주 시간을 보내기도 했는데 이건 무엇보다 스스로에게 가장 마음에 드는 일이기도 하다.

 

이렇게 보낸 시간의 끝에 한 해가 가는 순간이 왔다. 매년 이맘때가 되면 늘 이 순간이 온다. 올해 나는 음악과 맥주가 있는 곳에 자주 가리라 마음 먹었었다. 그 부분에 있어서 만큼은 확실히 마음 먹은대로 시간을 보낸 것 같다. 새해에는 어깨 힘을 더 빼고 섬세하고 발랄하게 움직여볼 예정이다. 드러머가 풀잎 위의 이슬을 털어내듯 발랄하고 부드럽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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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putnik.K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