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방인이 되고 싶은 욕망이 있다. 내 마음 한 켠에 그 욕망이 놓여 있다는 걸 안다. 까다롭지 않은 기분으로 어딘가 낯선 곳에 놓여지고 싶다. 나를 아는 사람도 내가 아는 사람도 없는 곳에서 낯선 공기를 마시며 낯선 음식을 먹는다. 식사 후에는 모르는 길을 걷는다. 소속도 관계도 없는 곳에서 마주치는 것들과 인사도 하는 둥 마는 둥 부유하며 걷는 것이다. 덩그마니 존재하는 시간. 그런데 나를 아는 사람도 내가 아는 사람도 없는 곳이란 말을 쓰고 있자니 꽤나 스산한 기분이 든다. 


마치 이곳에서는 이방인이 아닌 것처럼 그런 욕망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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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putnik.K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