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 시작될 무렵 새로운 운동을 시작했다. 영화 <댄서>를 보고 시작한 것이었다. 발레, 재즈댄스, 현대무용 등 원하는 수업을 원하는 때 선택해 들을 수 있는 쿠폰제로 운영되는 곳이라 부담도 없었다. 어제가 쿠폰을 사용할 수 있는 마지막 날이라 학원에 가서 두 타임 수업을 연달아 들었다. 가능한 시간대에 들을 수 있는 수업은 재즈댄스와 현대무용. 나는 새로운 동작들을 하며 내가 몸을 거의 사용하지 않고 있었다는 것과 스스로 기대했던 것(아니면 그렇다고 믿어왔던 것)보다 둔하거나 유연하지 않다는 것을 알았다.
선생님들은 적극적으로 몸을 움직이는 방법을 보여줬다. 이건 어떤 느낌으로 표현됐으면 좋겠다, 이 동작은 이런 감정으로 움직였으면 한다, 예쁘게 움직이는 것보다 관절을 느끼는 게 중요하다 등 다양한 설명이 이어졌다. 현대무용 선생님은 수업에 들어와 몸에서 가장 멀리 떨어져 있으면서 가장 작은 관절인 손가락과 발가락 관절부터 움직이게 하고 그 움직임을 느껴보게 했다. 그리고 무릎과 팔꿈치 관절, 이후에는 몸의 중심 관절인 어깨와 골반 관절을 움직였다. 아주 나중에는 각자가 움직이고 싶은대로 움직이되 그 관절들의 움직임을 있는 그대로 느껴보라는 주문도 있었다. 나는 골반과 어깨, 팔꿈치 관절을 쭈뼛쭈뼛 움직였다. 어색했지만 움직이면 움직일수록 즐거웠다.
발레 시간에도 강조된 것이지만 현대무용 시간에도 가장 중요했던 것은 코어 중심이었다. 어깨와 골반을 가로 세로 일직선상에 뒀을 때 그려지는 코어 센터 박스를 유지하라는 것. 아랫배의 속근육은 하늘 방향으로 끌어당기라는 것. 엉덩이 근육을 당기고 어깨는 내리라는 것. 어깨는 그냥 힘을 빼는 정도가 아니라 의식적으로 내리면서 목이 1cm 정도 길어진다는 의식이 필요하다. 선생님은 그것을 기본으로 모든 동작을 이어나가야 하며 그래야 아름다운 동작이 완성된다고 설명했다. 세 시간 동안 이어진 수업들을 듣고 집에 와서 따뜻한 물에 몸을 씻었다. 몸의 부분들은 하나의 개체였다. 각 관절들은 움직일 때마다 다른 소리를 낸다. 직접적인 소리는 아니다. 그러나 분명 거기 있다. 그것은 소리없는 아우성. 그걸 이해하려고 하니 내 몸에 조금 더 가까워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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