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매일 하는 일이 있다. 생활에 먼지가 끼지 않도록 움직이는 것. 창을 열어 공기를 갈고 재료를 살펴 음식을 만들고 사용한 그릇을 씻어 두고 입었던 옷을 세탁하고 바닥의 머리카락을 쓸어내고 쓰레기통을 비우고 다시 필요한 것을 채워넣는 일. 내 생활을 구성하는 것들은 별스러울 것 없이 간단하고 소소해 보이지만 그 작은 일들을 하지 않으면 하루에 홈이 움푹 파여 불편함이 생긴다. 가끔은 성가시게 느껴질 때도 있지만 나는 기본적으로 내가 있는 공간을 부지런히 챙기고 보살피는 데 보람을 느끼는 유형이다.
의식적이고 때로는 무의식적인 그 돌봄은 신체와 정신에 생활근육을 붙게 만든다. 생활근육은 다른 물리적인 근육들이 그러는 것처럼 생활의 혈액순환을 돕고 위기상황에서 회복탄력성을 높여준다. 그것은 내게 다가오는 여러 사건들을 견디게 하는 힘의 크기와도 비례한다. 똑같은 일과 사람이 단지 기분과 상황에 따라 모습을 바꿔 떠오를 때에도 생활근육은 그것이 일시적인 현상임을 잊지 않게 해준다. 휘둘림이 있더라도 하던 일을 하다 보면 이내 평소의 감각을 찾아갈 수 있다. 나를 지켜주는 건 거대한 행동이 아니라 그저 어제 했던 바로 그 일이다. 때때로 일과 관계에 힘이 들어갈 때는 근육이 느슨해지기도 한다. 그럴 때는 무리하지 않고 잠시 쉬면 된다. 그러다 다시 힘을 내고 싶어지면 나의 작은 공간에서 몸을 움직이며 균형을 잡아나간다. 먼지를 닦아내고 개수대를 말끔하게 비우고 밖에 나가 장을 봐온다. 일상을 유지하려 애쓴다. 생활근육은 언제나 가장 믿을 만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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