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하기 나름이지요

2018. 10. 5. 18:51 from 외면일기


어젯밤 서울로 돌아왔다. 일주일간 본가에 다녀왔다. 집에 머무는 중 하루는 가족들과 근처에 있는 절에 갔다. 그곳에는 소원바위가 있다. 소원을 빌고 바위를 들었을 때 바위가 들리면 소원이 이뤄진다는 전설이 있다. 그 작은 바위 주변으로 가족들이 모여 서서 한 명씩 소원을 빌었다. 그리고 나를 제외한 모든 가족이 바위를 들어올렸다. 나만 들지 못했다. 왠지 바위를 꼭 들어보고 싶은 마음이 들어 다시 한 번 들다 기어코 바위에 왼쪽 손가락 하나를 찧었다. 손톱에는 빨갛고 파란 피멍이 들었다. 피멍은 지금도 시리게 존재하고 있다. 일전에도 그곳에서 낑낑대며 바위를 들어본 일이 있는데 그때 절의 스님이 다가오더니 "바위가 들리지 않아야 소원이 이뤄지는 겁니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덧붙였다. "들렸을 때 소원이 이뤄진다 생각해도 좋고 들리지 않았을 때 소원이 이뤄진다 생각해도 좋습니다. 다 생각하기 나름이지요."


좋아하는 계절이다. 내가 태어난 계절이기도 하다. 나는 이 계절의 온도 변화를 좋아한다. 기온은 알 듯 말 듯 서서히 떨어지고 사람들은 서랍에서 조금씩 더 따뜻한 옷을 찾아 입기 시작한다. 얇은 셔츠에서 카디건으로, 카디건에서 니트로 자연스럽게 옷은 두께를 더하고 소재를 달리 한다. 생활에 따뜻함을 하나씩 더해가는 계절의 문턱. 추워져야 생겨나는 따뜻함도 있는 것이다. 그러니까 곧 다가올 겨울도 추운 게 아니라 사실은 더 따뜻해지는 거라고, 다 생각하기 나름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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