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를 대하는 방식은 사람마다 다르다. 나는 내게 일어난 일을 오래 곱씹고 살펴보는 편이었다. 사건을 해부해 무엇이 잘되었고 잘못되었는지 살펴보는 것이 내가 과거를 대하는 방식이었다. 그러다 언젠가부터 그런 습관을 덜어내고 있다. 일은 일어났고 모든 일에서 원인과 결과를 따지며 옳고 그름을 판단할 필요는 없다. 무엇보다 나의 판단이나 기준이 옳다는 근거가 없다. 그리고 누군가 이야기해준 것처럼, 상황을 완전히 내려놓기 전에는 해결되지 않는 일도 있다. 그저 어떤 일에 대해서는 아, 소란이 일어났고 지나갔구나 정도로만 이해하면 된다.
소란과 사건들은 가끔 사람들 속의 작은 성질을 바꾸며 지나가기도 한다. 그 변태 과정을 통해서 우리는 어디론가 간다. 방향은 앞이 될 수도 있고 뒤가 될 수도 있고 그저 침대 위가 될 수도 있다. 방향의 끝에 '알고보니 성장'이 있을 수도 있다. 성장은 물리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우리를 또 다른 차원의 공간으로 데려간다. 물론, 그 또한 일종의 통행료처럼 무언가를 내고 얻은 것이다. 내기 싫었던 무언가를 낸 것일 수도 있다. 이를테면 미세한 표정 같은 것. 인생의 곳곳에 포진하고 있는 크고 작은 코너를 지나며 사람들의 표정은 결정된다. 그 드러남은 시간이 걸리는 듯 순식간에 일어나는 것 같다. 나중에는 소란스럽기만 한 인생 속에서 처음에 가지고 있던 표정을 모두 통행료로 내버리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처음의 것을 그대로 가지고 있는 것이 더 가치롭다고 말할 수는 없다. 표정이 바뀌어 간다는 것은 좋은 의미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표정이 예전같지 않다고 불평할 필요는 없다. 시간은 정확히 흐르고 모든 것은 예전 같을 수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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