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안경을 씁니다

2019. 7. 2. 16:40 from 외면일기

 

 

 

 

스스로에게 긴장감을 주는 행동이나 도구가 있다. 내 경우 마감의 막바지에 찾아 쓰는 안경이 그렇다. 마치 가면을 쓰듯 안경을 쓰고 나면 '자! 나는 이제부터 프로야'라는 의식이 장착된다. 허리를 꼿꼿하게 세우고 여유로운 표정으로 모니터를 바라보며 프로페셔널하게 키보드를 토도독 친다. 스페이스 바와 엔터 키는 특별히 스타카토 느낌으로 쳐주는 센스도 잊지 말아야 한다. 안경을 쓴 나는 프로이고 프로는 군더더기 없이 마감을 잘 하는 사람이다. 

 

그러나 처음부터 안경을 쓰고 일하지는 않는다. 책상 위에 일단 안경을 두긴 하지만 쓰는 것은 최후의 행동이다. 결국 안경을 써야 하는 시점이 오면 '또 안경의 힘을 빌려야 하다니'라는 생각이 든다. 수트를 챙겨입는 슈퍼히어로가 따로 없다. 

 

그러니까 지금 왜 이런 이야기를 쓰고 있는가 하면 제가 오늘 마감할 기사가 있는데 안경을 가져오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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