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부터 필라테스를 시작했다. 회사 근처에 기구 필라테스 스튜디오가 있어서 점심시간이나 퇴근 후에 가고 있다. 운동 공간에서의 나는 사무실 속 자아에서 벗어나려는 듯 열심히 움직인다. 일단 책상 앞에서 무의식적으로 구겨져 있던 몸에 의식을 불어넣고 척추를 바로 세운다. 어깨의 힘을 빼고 팔과 다리, 허리와 엉덩이 등 각 신체 부위의 감각을 깨워나간다. 동작을 유지하면서 느껴지는 자극과 힘의 조절에 따라 미세하게 달라지는 근육의 쓰임새는 매번 감탄스럽다. 때로는 별 것 아닌 동작 같은데 땀이 고이고 머릿속이 새하얘진다. 선생님은 "땀이 난다는 건 운동을 제대로 하고 있다는 의미죠"라고 말하며 부들부들 떨리는 허리를 한 번 더 밀고 지나간다.
이전까지 내가 주로 해 오던 운동은 요가와 수영이었다. 요가는 필라테스와 자주 비교선상에 오르는 운동이다. 경험해 본 바에 의하면 두 운동 모두 상대를 이기기 위한 목적이 아니라 자신을 바로 세우기 위한 운동이라는 점, 호흡과 함께 몸을 바르게 사용하는 방법을 배운다는 점에서 비슷했다. 다만 요가가 호흡과 몸을 통제하며 기운을 바르게 돌리는 정신적인 운동에 가깝다면, 필라테스는 근육과 관절의 쓰임을 통해 몸의 정렬을 맞추는 운동에 가까운 것 같았다. 일단 호흡법부터 다르다. 복식호흡이 기본인 요가와 달리 필라테스는 흉식호흡이 기본이다. 그동안 아랫배까지 깊숙히 숨을 채우는 복식호흡을 습관화 한 탓에 아랫배는 납작하게 만들고 흉곽에만 숨을 채웠다 빼내는 흉식호흡은 아직 낯설다. 하지만 각 운동마다 필요한 정확한 호흡법이 정해져 있는 만큼 정신을 바짝 차리고 연습해야 한다.
운동을 하면서 그 사람의 몸을 보면 생활습관을 알 수 있다는 말이 자주 떠오른다. 먹고 마시고 생활 속에서 선택하는 많은 것들이 얼굴과 몸을 통해서 드러난다. 몸은 정신과도 연결된다. 힘들지만 몸을 차근차근 바르게 사용하다 보면 생활도 생각도 더 정돈되어 나갈 것이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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