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주의 자리

2021. 6. 30. 22:54 from 외면일기

 

 

 

 

매주 수요일 저녁, 줌으로 불란서 문학교실을 듣는다. 나를 포함해 8명이 수업에 참여하고 있다. 프랑스 작가가 쓴 책을 함께 읽고 작가와 책에 관한 얘기를 나누다 그곳에서 시작되는 글쓰기를 한다. 그리고 각자가 쓴 글을 낭독한다. 수업 중 맥주가 등장한 건 누군가의 글에서였다. 글쓴이는 '맥주를 마시면서 소설을 읽는 밤'이라는 글을 써서 낭독했다. 며칠 전부터 맥주가 마시고 싶었던 나는 그의 낭독을 들으며 더 이상 맥주의 자리를 비워둘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차나 커피나 요거트는 맥주를 대신할 수 없었다. 수업이 끝나고 인사를 나눈 후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옷을 갈아 입고 편의점으로 달려갔다. 맥주 4캔과 간단한 안주 거리를 사서 돌아왔다. 망설이지 않고 맥주 한 캔을 땄다. 그리고 소설책을 한 권 꺼내 들었다. 한 손에는 맥주잔, 한 손에는 소설책. 저녁이 깊어가고 나는 누군가처럼 맥주를 마시면서 소설을 읽는 밤에 빠져들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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