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에 시작해 7월에 끝난 일에 대해서 이야기해보려 한다. 초여름 내 생활에 생긴 작은 창문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그 창문은 한 달 전 프랑스 문학 수업을 들으면서 생겼다. 창이란 건 신기해서 한번 생기고 나면 그곳으로 빛과 바람이 끊임없이 드나든다. 나는 차창 밖의 언어에 귀 기울이며 새로 등장하는 인물들의 표정과 몸짓을 바라봤다. 바라보는 것만으로 선명하게 다가오는 것들이 있었고 그것을 기억해두려 했다.
프랑스 문학 수업을 듣기로 결정한 건 수업 계획에 아니 에르노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의 글쓰기 방법을 좋아하는 것에 비해서 아는 것이 많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프랑스 문학 수업은 어떻게 진행되는 건지도 궁금했다. 그렇게 수업 전과 후 선생님이 추천해주는 책을 열심히 주문해서 집에 쌓아두기 시작했다. 마르그리트 뒤라스의 《고통》을 시작으로 아니 에르노의 《남자의 자리》, 베르나르 마리 콜테스의 《목화 밭의 고독 속에서》로 매주 나아가는 동안 창문은 활짝 열려 있었다. 나는 수업이 없는 날에도 자주 창 밖을 구경했다. 그곳을 서성이며 작가의 자리에 잠시 앉아보기도 하고 이방인이 되기 위해 낯선 곳에 가고자 욕망했던 콜테스의 마음을 상상하기도 했다.
모어 밖으로 나가면 우리는 이방인이 된다. 이방인이 되기 위해서 꼭 머무는 장소를 옮겨야 하는 것은 아니다. 책을 한 장씩 천천히 소리내 읽는 것만으로도, 다른 사람의 낭독을 듣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바깥의 언어를 만날 수 있다. 그렇게 얼마든지 새로운 창을 낼 수 있다. 그리고 한번 만들어진 창은 사라지지 않는다. 문이 닫혀 있어도 빛은 희미하게 비쳐 든다. 내키면 문을 열고 저 쪽으로 훌쩍 뛰어넘어 갈 수도 있다. 내게 작은 창문이 생겼다는 것만 잊지 않으면 말이다. 나는 내게 생긴 이 창을 잊지 않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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