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보지 않고 전하지 않음으로써 유지되는 안전거리가 있다. 너무 가까이 지내고 모든 것을 털어놓으면 상하기 시작하는 지점이 생기기 시작한다. 언제나 그것을 유념하려고 노력한다. 

 

한 달 전 인스타그램을 해킹하려는 누군가의 반복적인 시도 때문에 계정을 정지시켰다. 내 소식을 알리지 못하는 동시에 누구의 소식도 알지 못하는 상태가 답답하게 느껴져 곧 다시 복구할 생각이었다. 그런데 그 시간 동안 눈과 마음이 어지럽지 않았다. 생각해 보면 정교하게 편집돼 보여지는 타인의 삶은 알게 모르게 하나의 정상성에 대한 이미지를 만들어낸다. 저렇게 살아야 하는 거 아닌가, 저걸 사야 하는 거 아닌가, 여길 벗어나야 하는 거 아닌가. 누군가가 소유하고 있는 물건들, 장소들, 관계들이 마치 그들에게 행복을, 기쁨을, 안정감을 주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보기 전까지는 괜찮았는데 봄으로써 의심이 든다. 그들에게는 있는데 내겐 없는 것들이 불안을 만든다.

 

내 소식을 보던 이들 역시 내게 비슷한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찰나의 기록일 뿐인 그 단편적인 장면이 자꾸만 서로에게 뭔가를 늘려가라고 재촉한다. 우리는 크게 궁금하거나 상관 있는 소식들이 아닌 것들에 쉽게 동요되고 소모된다. 한 발자국만 떨어져서 보면 그게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을 텐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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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putnik.K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