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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남동생은 요즘 조카의 낮잠 전문가로 활약하고 있다. 조카가 어떤 모습을 보이면 졸린 것인지, 그럴 때 어떻게 해야 신속하고 편안하게 낮잠에 들게 할 수 있는지 정확히 알고 있다. 조카가 졸려 하면 동생은 이때다 싶어 '볼레로'를 튼다. "어? 이 음악은!" 하며 팔을 활짝 벌리면 조카가 자연스럽게 그 품에 안겨 와 잠이 든다. 동생은 내게도 조카가 좋아하는 곡들의 리스트를 알려줬다. 아침에 우유를 마실 때, 낮에 장난감을 갖고 놀 때, 낮잠을 잘 때 트는 음악이 다 따로 있었다. 졸릴 때 조카가 보이는 행동에 대해서도 자세히 알려줬다. 듣다 보니 동생과 내 등 뒤로 영화 <엽기적인 그녀>의 'I believe'가 BGM으로 흐르는 것만 같다. 우리집에 견우가 있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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