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의 기록들

2021. 12. 29. 07:49 from 외면일기


# 핀란드를 배경으로 하는 <카모메 식당>을 다시 봤다. 헬싱키를 여행하기 전 봤을 때와는 전혀 다른 느낌으로 다가왔다. 심지어 갈매기마저 구면인 것처럼 느껴졌다. 알바 알토가 디자인한 아카데미아 서점과 그 안에 있던 카페 알토, 천장의 골든벨 조명에도 내적 친밀감이 생겨 있었다. 무엇보다 영화의 주인공인 사치에와 미도리가 처음 만날 때 미도리가 서점에서 읽고 있던 책이 무려 '무민 계곡의 여름 축제'인 것을 알고 새삼 감동했다.

# 보이차를 주문하고 집에 있는 차품을 정리했다. 가진 차가 많지 않은데도 그 동안 있는 줄 몰랐던 차를 발견해 반가웠다. 무엇이 있는지 알게 되니 앞으로 무엇을 사야 할지도 알 것 같았다.

# 칼럼 의뢰를 받았다. '추석이란 무엇인가'라는 칼럼으로 일약 칼럼계의 아이돌로 떠오른 김영민 서울대학교 교수는 "칼럼 쓰기의 목적은 인식의 쇄신"이라고 말했다. 목적을 명확하게 알면 글도 더 정확하게 쓸 줄 알고 새삼스럽게 칼럼의 정의를 찾아봤다.

# 언니와 조카, 동생과 함께 본가에 내려왔다. 내려오는 날 언니는 짐을 착착 싸서 차에 실었다. 짐을 쌀 때 언니는 중요하면서도 급한 일부터 처리하는 냉철한 리더로 변신해 군더더기 없이 움직인다. 귀성길은 순탄할 것 같았다. 우리에게는 조카가 더 어리던 시절 휴게소에 한 번만 들르고 최단 시간 목적지에 도착한 데이터가 있다. 그러나 이번 이동에서 조카는 차 안에서 두 번의 토를 했고 우리는 휴게소를 내 집처럼 들러야 했다. 날은 점점 춥고 어두워지고 있었다. 우리는 직감적으로 힘을 내야 할 때라는 것을 알았다. 서로를 격려하며 몸과 마음을 추슬렀다. 마침내 집에 다다라 현관문을 열자 기쁨과 안도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안겨왔다. 그리고 평안한 날들이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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