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저녁 한의원에 다녀오던 길에 본 밤길은 유난히 아름다웠다. 한의원을 오가는 길목에는 산에 오목하게 둘러싸인 작은 마을이 하나 있다. 나의 큰어머니가 나고 자란 곳이라고 들었다. 낮에 봤을 때는 그저 평화롭고 조용한 동네구나 정도로만 생각했는데 저녁에 보니 띄엄띄엄 떨어진 집에서 새어 나오는 각각의 크고 작은 불빛이 마을을 무척 아름답게 빛내고 있었다. 적당한 거리를 두고 사는 사람들이 저기에 있다. 그들의 삶은 한밤에도 저렇게 빛난다. 나는 어둠을 밝히는 작은 빛을, 추위 속의 온기를 사랑한다. 올해의 마지막을 내가 사랑하는 장면으로 맺음할 수 있음에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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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putnik.K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