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조카에게 물구나무 서기를 보여줬다. 조카는 그 모습을 바라보다 갑자기 팔을 꼬아서 손으로 코를 잡는 '코끼리 코'를 열심히 하기 시작했다. 그건 조카가 할 수 있는 가장 어려운 동작이다. 예상치 않은 뽐내기 시간이다. 나는 조카가 선보이는 귀여운 코끼리 코 앞에서 웃음이 터져 더 이상 물구나무를 서지 못하고 땅으로 내려왔다. 코끼리 코의 승리다.
조카는 요즘 눈에 보이고 귀에 들리는 것을 곧잘 따라하고 말한다. 새롭게 배운 단어는 한 글자씩 정성스럽게 발음하는데 발음이 어려운 건 몇 번이고 "또! 또!"를 외치며 배워 나간다. 그래서 그의 별명은 '또또왕자'다. 어른들의 입을 자세히 관찰하는 또또왕자의 눈길이 얼마나 진지하고 천진한지 어른들은 또또왕자가 또또를 외치면 전에 없이 한글을 크고 또렷하게 말하려고 노력한다. 그렇게 늘어가는 조카의 언어는 사랑스럽기 그지없다. 도토리는 "도또", 토마토는 "돈도"라고 말하는 조카는 가족을 자기만의 호칭으로 부르기도 한다. 삼촌은 "아지" 이모는 "이미"다. "함머니", "하부지지", "아부지", "어무니"라는 말도 할 줄 안다. 참고로 사과는 '쿵다꿍'이라고 부르는데 뱃속에 있을 때부터 언니가 열심히 읽어주던 그림책 《사과가 쿵!》에서 스스로 연상한 단어다. 우리 가족은 또또왕자의 언어에 중독되어 이제 "사과 먹을래?"라고 묻지 않는다. "쿵다꿍 먹을래?"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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