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눈에 반한다, 라는 표현이 있다. 내가 첫눈에 반한다는 것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데 앞에 있던 이가 "난 첫눈에 반하지는 않아. 한눈에 반하긴 해도."라고 말을 했다. 나는 "한눈에 반한다는 게 뭐야?"라고 물었다. 그 친구의 설명 이후 나는 내가 한눈에 반한 순간들을 떠올렸다. 한번은 고기를 굽는 그 사람의 모습이 너무 자상해 보여 한눈에 반했다. 그리고 나의 무슨 대답에 의외라는 듯 웃는 모습에 다시 반했다. 그러고 나면 불쑥 목소리에 반하고, 입매무새에 반하고, 생김새에 반하고, 섬세한 손짓에 반하고, 걸음걸이에 반하고, 셔츠 핏에 반하고, 뭐 계속 반하는 것이다. 한눈에의 퇴적 작용이라고나 할까.
그쯤 되면 이런 생각이 든다. 이 사람은 만날 때마다 내가 반하게 될 사람이구나. 실제로 나는 그에게 첫눈에 반하기도 했는데, 그것이 첫눈에 였는지 한눈에 였는지 헷갈린다. 그것은 첫눈에 이기도 했지만 한눈에 이기도 했다. 앞으로도 나는 그에게 한눈에 반할 것이다. 만날 때마다 반하게 되는 사람이 한 명쯤은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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