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알게 된 새로운 사실 하나. 불과 몇 년 전(이라고는 했지만 아마도 몇십 년 전)만 해도 고속버스에 승무원이 있었고, 그 인기가 지금의 스튜어디스만 했었다고. 버스차장 이야기는 들어도 보고 텔레비전을 통해 오라~이~라 외치는 그 당당한 모습을 자주 봐오던 터라 익숙했지만, 고속버스 승무원이라니 그 존재 자체가 신기했다. 그 분이 계속 말하길, "얼마나 인기가 좋았는지! 승객들에게 사탕도 나눠주고 음료수도 나눠주고 기사 뒤에 앉아서 가는데 유니폼도 있었다니까.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인권비 절감 차원에서 어느 순간 사라지고 말았어."

 

부산가는 버스 안에서 상냥한 미소를 지으며 사탕을 손바닥 위에 올려주며 "콜라 or 오렌지 주스?"라고 묻는 언니들을 상상해 봤는데 영 몰입이 되지 않아 그만두었다. 어쩐지 표 검사하는 아주머니의 이미지가 따라다니는 것도 같고. 그런데 향수가 느껴지는 이미지라 쉽게 잊혀질 것 같진 않다. 비록 내 향수는 아닐지라도, 고속버스에 승무원이 있던 시절이라니! 하는 감탄이 남는 것이다.

 

시대는 시대를 먹어가며 모습을 바꾼다. 시절에 대한 향수라는 것은 지금 이 시대에 먹힌 전 시대에 대한 한 세대의 사무침 같은 것이다. '그땐 그랬지'라는 종류의 감정이다. 그것은 복고라는 이름으로 등장해 언제나 사람들의 이목을 끄는데, 지금까지는 그 복고의 축이 80년대였다면 최근에는 90년대도 하나의 축으로 등장하기 시작했다. 80년대가 조명되었을 때는 그들의 향수를 구경하는 느낌으로 서성였는데, 90년대가 등장하자 꼼짝 없이 그 시절 속으로 들어가게 된다. 나의 한 시절이 '그땐 그랬지'라는 감정으로 조명되는 시대라니, 생소하지만 나쁘지 않은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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