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라카미 하루키의 책을 좋아한다. 그 중에서도 누가 언제 물어도 가장 좋아하는 책으로 꼽는 책이 『스푸트니크의 연인』이다. 스미레의 손가락 뼈를 꺾는 버릇과 뮤가 비트니크를 잘못 말하면서 대화 속에 등장하는 스푸트니크, 그리고 이야기를 전개해 나가는 나의 말투도 좋았다. 그러다가 스푸트니크라는 단어에 강한 끌림을 느끼고 오랜만에 다소 사념적이고 개인적인 궁금증에서 몇 가지 정보를 찾아봤다.

 

스푸트니크는 세계 최초의 인공위성이다. 과학의 혁명이라고까지 할 수 있을 인공위성의 최초의 이름이 스푸트니크라고 하니, 그 의미가 궁금했다. 여행의 동반자. 뮤의 말대로, 평생 지구 주변 궤도를 돌아야하는 고철덩어리에 붙여주는 이름치고 너무 낭만적이긴 했다. 인공위성은 지구 밖으로 상당히 멀리까지 갈 수 있지만 지구의 중력 때문에 결국 지구 쪽으로 다시 돌아오게 된다. 그런데 속도를 더 크게 내서 어떤 한계를 넘으면(지구의 인력을 벗어나는 이 속도를 탈출속도라고 한다) 떨어져 나갔던 인공위성은 다시는 지구로 돌아올 수 없게 된다. 

 

1957년 10월 4일, 소련연방은 카자흐스탄 공화국에 있는 바이코널 우주기지에서 세계 최초의 인공위성 스푸트니크호를 쏘아 올렸다. 직경 58센티미터, 무게 83.6킬로그램인 이 인공위성은 96분 12초 만에 지구를 한바퀴 돌았다. 다음 달 3일에는 라이카라는 개를 태운 스푸트니크 2호를 쏘아 올리는 데 성공했다. 이 덕분에 라이카는 우주 공간으로 나간 첫 생물이 되었지만 위성이 회수되지 않아 결국 우주에서 돌아오지 못했다.

 

그 이후, 스미레는 마음속으로 뮤를 '스푸트니크의 연인'으로 부르게 되었다. 스미레는 그 말의 메아리를 사랑했다. 그것은 그녀에게 라이카견(犬)을 연상시켰다. 우주의 어둠을 소리없이 가로지르는 인공위성. 작은 창문을 통해서 들여다보이는 한 쌍의 요염한 검은 눈동자. 그 끝없는 우주의 고독 안에서 개는 대체 무엇을 보고 있었을까?

- 무라카미 하루키, 『스푸트니크의 연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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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putnik.K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