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예술의전당에 전시 취재를 자주 다녀왔다. 취재 내용 중 인상적이었던 한 두 가지를 정리했다.

 

#. 로이터 사진전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6월부터 9월까지 3개월간 이어졌던 로이터 사진전에는 로이터 통신사 소속 기자들이 찍고 보도한 사진 450여점이 전시됐다. 개인적으로 사진전을 무척 좋아하는데 부분에서 전체로 전체에서 부분으로 움직이는 역동이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이번 전시는 그 움직임과 연결점이 더욱 뚜렷했는데 특히 리얼리티 파트의 현장감 넘치는 사진과 텍스트들은 멀미를 일으킬 만큼 현실적이었다. 사실에 대한 건조한 나열은 그것만으로 의미를 갖는다. 아쉬웠던 점은 기자가 본인의 사진에 대해 '사진 기자만이 해낼 수 있는 업적'이라거나 '나에게 세계보도사진상 수상을 안겨준 작품'이라고 설명을 할 때였다. 일이란 개인의 목표에서 시작돼 성취로 귀결되는 것임을 알지만 저 모든 사실적 순간들이 그저 그것만을 위한 도구처럼 느껴지는 말이었다. 물론 그게 다는 아니겠지만 말이다.

 

#. 덴마크 디자인전

9월부터 11월까지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열린 덴마크 디자인전은 현대사회에서 '집'이라는 공간이 갖는 가치에 질문을 던졌다. 삶을 담는 공간으로서의 집과 그 속의 물건들.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덴마크인들의 '휘게(hygge)' 문화였다. 우리나라에 '정(情)'이 있듯이 덴마크에는 '휘게' 문화가 있다. 휘게란 편안함, 따뜻함을 뜻하는 덴마크어로 일상에서의 소소한 즐거움과 행복을 찾는 정신을 뜻한다. 짧은 낮 시간과 스칸디나비아의 거친 자연환경 속에서 살아온 덴마크인들은 실내공간과 그 안에서 가족들과 보내는 일상을 소중하게 생각한다. 실내공간이 중요해지면 자연스레 공간을 구성하는 제품 하나하나의 가치 또한 중요해진다. 결국 휘게는 덴마크 디자인의 기본이 되는 정신이다. 또 하나 전시에서 인상적이었던 것은 전시장 곳곳에 배치된 그림들이었다. 그 그림들은 덴마크를 대표하는 파인아트 작가들의 작품으로 기획자는 "심플하게 도색한 벽면에 좋은 작품을 한 점 걸어놓는 것으로 공간을 조성하는 것이 덴마크 인테리어의 특징이다. 전시장 벽에 그림을 건 것은 덴마크의 라이프 스타일을 그대로 연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 오르세 미술관전

10월 29일부터 2017년 3월 5일까지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프랑스 국립 오르세미술관전이 열린다. 한불수교 130주년을 기념해 전시 개막 하루 전날에는 기 코즈발 프랑스 국립 오르세미술관장과 자비에 레 수석 큐레이터를 비롯한 관계자들이 내한해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그들은 "이번 전시를 통해 그동안 한 번도 오르세미술관 밖으로 반출되지 않았던 작품들이 전시된다"며 그 의미에 대해 이야기했다. 특히 "그동안 보존 문제로 외국에 나오는 것이 극히 제한돼 있던 중요한 데생 작품들이 이례적으로 반출됐다"며 "이렇게 한번 해외에 반출된 작품은 전시가 끝나면 수 년간 빛이 완전히 차단된 수장고에 보관돼 향후 몇 년간은 볼 수 없으므로 더욱 더 유심히 관람해 달라"고 당부했다. 참고로 이번 전시에서는 밀레의 이삭줍기가 그려지기까지의 과정을 데생으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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