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서사가 행복과 불행이라는 두 가지 카테고리로 구성된다. 마치 인생에는 그 둘 밖에 없다는 듯이. 그러나 삶은 행복과 불행이란 이분법으로 이뤄지지 않는다. 오히려 사소하고 소소한 이야기들 사이에 행복이나 불행이라 불리는 어떤 사건들이 잠깐 사고처럼 발생한다. 그래서 꼭 행복해야만 한다는 강박은 어딘가 이상하다. 당연하게도 불행에 대한 처절한 방어도 비슷한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행복이나 불행은 물에 던져진 돌멩이로 발생하는 작은 파문과 비슷하다. 행복 쪽이든 불행 쪽이든 파문은 지나간다.
행복과 불행이 돌멩이로 말미암은 하나의 사건이라면 실제 우리의 생활은 크고 작은 높낮이를 가지는 물결에 비유될 수 있다. 그 속에서 나를 지켜주는 건 역시 움직이는 물결 그 자체다. 잔잔한 물결은 햇살을 받으면 유난히 눈부시게 반짝이는데 나는 그 햇빛에 해당하는 순간들이 각자의 삶에 있다고 생각한다.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것, 즐거움을 주는 행동, 그저 좋아하는 것. 이를테면 나는 잎 사이를 지나가는 바람 소리를 좋아한다. 그리고 순간을 기록하는 말, 두 사람의 사진, 찰나의 눈빛, 빛이 스쳐가는 투영한 옷, 기분 좋게 발이 흘러들어갈 것 같은 플랫슈즈, 이야기를 하고 있는 그림책, 여행을 앞두고 몽글거리는 마음을 좋아한다. 어쩜 느끼하게 그런 말을 잘도 한다고 할 지 모르지만 나는 그것들이 아름답다 생각하고 그렇게 마음이 채워지는 감각이 기쁘다.
올해 초에는 혼자 여행을 다녀왔다. 여행지는 교토. 교토는 과거 한때 일본의 수도였던 도시다. 그곳에서는 전통과 현대가 적절히 균형을 이루고 있다. 나는 서울에서도 고궁이 있는 지역을 특히 좋아하고 자주 찾는데 그래서인지 교토라는 곳이 무척 마음에 들었다. 시끄럽지 않고 조용한데 내게 꼭 필요한 것은 있는 느낌이었다. 그래서 별 일 없이 동네를 산책하고 작은 가게에 들르는 시간들이 모두 즐거웠다. 가족도 친구도 없이 혼자 하는 여행은 처음이었는데 다녀와 보니 그런 방식의 여행도 내게 잘 맞았다. 좋아하는 일을 하나 더 발견하게 된 것이다. 다음 교토 여행은 소중한 누군가와 함께 하고 싶다. 따로 또 같이, 그 둘은 모두 내가 좋아하고 나를 기쁘게 하는 것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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