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인터뷰라는 형식을 좋아해요." 그녀는 언젠가 내게 말했다. "대화를 좋아하기 때문에, 문답을 좋아하기 때문에 인터뷰를 좋아하는 거죠. 그리고 내 사고의 상당 부분이 대화의 소산이라는 걸 알고 있어요. (중략) 대화는 내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아낼 기회를 주죠." - 수전 손택 · 조너선 콧, 『수전 손택의 말』

 

인터뷰는 질문과 대답으로 이뤄진다. 묻고 답하는 인터뷰의 형식에는 군더더가 없다. 그래서 인터뷰를 좋아한다. 특히 행간이 깊은 인터뷰 글을 읽는 것은 가장 좋아하는 일 중 하나다. 정확하고 밀도가 높은 질문과 의외의 대답들. 가끔 질문과 대답의 호흡이 어긋날 때도 있는데 그건 그것대로 흥미롭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오가는 말은 테트리스와도 같아서 각각의 모형이 어떤 자리에 앉느냐에 따라 빈 공간이 생기기도 한다. 그러나 계속 나아가다 보면 전체 중 일부가 빈 칸 없이 맞아떨어질 때도 있다. 하나의 단계를 넘어가는 것이다. 빈 칸은 빈 칸대로 그날의 이야기로 남게 된다. 


인터뷰에서 대답은 있는 그대로를 드러낼 수도, 한껏 가공될 수도, 한없이 정제될 수도 있다. 과거 질문자로서 인터뷰에 참여했을 때 '이 사람이 하는 말이 과연 이 사람일까'라는 생각을 해본 것도 이런 맥락에서였다. 그의 생활 전반과 말을 통해 드러나는 부분에 괴리가 느껴질 때는 '인터뷰란 거짓이군'이라는 생각에 혼란스럽기도 했다. 그러나 이제는 이렇게 생각한다. 인터뷰는 거짓이 아니라 일부이다. 그것은 한 사람에 대한 이해를 돕는다. 그렇지 못하더라도 무언가는 남긴다. 


일상에서의 대화도 비슷하다. 누군가와 이야기를 나누면서 우리는 '이제 그를 다 알게 되었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대화는 상대방의 모든 것을 드러내지 못하고 우리는 상대가 보여주기로 한 영역까지만 들어갈 수 있다. 날 것이거나 확장되거나 축소되거나 생략되거나 정제된 언어가 진지하거나 유머러스한 태도로 전달된다. 사람들은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의도대로 전달하고 싶어 한다. 그러나 그의 경험과 생각은 입 밖으로 내기 전까지만 그의 것이다. 일단 말을 하고 나면 그것은 듣는 이에 의해 재가공될 확률이 높다. 그대로 상대의 마음에 안착할 가능성도 물론 있다. 어느 쪽이든 듣는 사람은 말하는 이의 경험과 생각에 감정을 이입한다. 그 일에 대해서든 상대에 대해서든 자신에 대해서든 생각을 하게 된다. 공식적인 대화로서의 인터뷰에서는 더욱 습관적으로 이런 일이 일어난다. 인터뷰 과정에 참여하는 사람들(인터뷰이, 인터뷰어, 독자 또는 청자)은 개인의 생각으로 나아간다. 수전 손택의 말을 빌리자면, 대화는 사람들이 자신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아낼 기회를 주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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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putnik.K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