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덕적인 기준이 다른 사람과는 결코 가까워질 수 없다는 내용의 글을 읽은 적이 있다. 그 말을 중심에 두고 가까이 지내는 이들을 떠올려 보니 확실히 그런 것 같다. 특정 시기를 공유한다고 해서 모두가 좋은 관계로 나아가는 것은 아니다. 서로 지키는 선이 알맞고 가고자 하는 방향까지 같으면 그 관계는 한 발자국 더 나아간다. 이를테면 친구나 연인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사람은 각자의 기준에 따라 상대와 거리를 좁히기도 하고 넓히기도 한다. 상대의 면면을 확대하고 축소하는 것은 개인이 임의로 하는 일이기 때문에 거리를 둔다는 것이 상대방의 절대적인 선함이나 악함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스치는 모두와 친구가 될 수 없기에 우리는 선을 긋는다. 인생은 짧고 나눌 수 있는 에너지는 한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모든 사람은 가치로울 수 있지만 모든 인연이 가치로운 것은 아니다. 법정 스님도 진정한 인연과 스쳐가는 인연은 잘 구분해서 맺으라고 말한 바 있다. 나는 그 글을 보면서 지난 시간 스쳐가는 인연에 기웃거리다가 고통 받았던 시간이 떠올랐다. 스치는 것은 스쳐 가게 놔둬야 한다. 그리고 멈춰야 할 때는 잘 멈춰 서야 한다.

 

"진정한 인연과 스쳐가는 인연은 구분해서 인연을 맺어야 한다. 진정한 인연이라면 최선을 다해서 좋은 인연을 맺도록 노력하고 스쳐가는 인연이라면 무심코 지나쳐 버려야 한다. 그것을 구분하지 못하고 만나는 모든 사람들과 헤프게 인연을 맺어 놓으면 쓸만한 인연을 만나지 못하는 대신에 어설픈 인연만 만나게 되어 그들에 의해 삶이 침해되는 고통을 받아야 한다. (...) 진실은 진실된 사람에게만 투자해야 한다. 그래야 그것이 좋은 일로 결실을 맺는다. 아무에게나 진실을 투자하는 건 위험한 일이다. (...) 우리는 인연을 맺음으로써 도움을 받기도 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피해도 많이 당하는데 대부분의 피해는 진실 없는 사람에게 진실을 쏟아부은 대가로 받는 벌이다." - 이해인, 『향기로 말을 거는 꽃처럼』 中 법정스님의 말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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