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나의 음력생일이었다. 평소보다 조금 더 시간을 들여 버섯미역국을 끓이고 대체육에 몇 가지 채소를 더해 생일상을 차려 먹었다. 식사 후 구독 중인 언니단 이야기를 읽었다. 마치 내게 건네는 생일선물 같은 말들을 읽고 산책을 나가 달리기를 했다. 집에 돌아와 샤워를 하고 얼굴에 팩을 올리고 잠시 쉬었다. 일과의 끝에는 식물들에게 물을 줬다. 내가 태어나서 무언가에게 조금은 도움이 되길 바라면서.
자기 전 카톡으로 조카가 부른 생일축하 노래가 도착했다. 사랑하는 우리 이모 생일축하합니다 오와아 하는 작은 목소리가 담긴 음성 메시지. 나는 조카가 세상에 태어나는 순간을 아주 가까이에서 목격했다. 사랑을 주기만 하면 대상이 태어나 자라는 모습을 곁에서 지켜보는 동안 전에는 알지 못했던 새로운 형태의 기쁨이 내 생활에 스며들었다. 오늘의 축하 노래는 수건 돌리기를 하던 중 등 뒤에 놓여 있는 수건을 갑자기 발견한 사람처럼 나를 화들짝 놀라게 만들었다. 나는 곧장 자리에서 몸을 일으켜 내게 주어진 사랑스러운 메시지를 몇 번이고 들었다. 가만가만 소곤대는 멜로디가 귀를 타고 들어오는 사이 나는 내 세상이 한 뼘 더 아름다워졌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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