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본가가 있는 지방의 소도시에 가는 것을 좋아한다. 그곳에는 산이 있고 강이 흐르고 기차가 지나간다. 내가 서울이 아닌 그곳에서 보다 마음 놓고 안정감을 느끼는 건 자연 속에서의 나는 타고난 그대로 작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 도시에서는 큰 존재인가 하면 그렇지 않다. 다만 서울이 가진 특유의 에너지와 긴장이 주위를 에워싸면 고군분투하게 된다. 정말로 커지고 싶은 건지 알지도 못한 채 도시의 욕망을 따라가며 서둘러 커지고자 한다. 가끔은 내 안에 있는 것이 내 것인지 다른 이의 것인지 헷갈린다. 그럴 때 나는 이 작은 소도시를 떠올린다. 강에서 유유히 헤엄치는 오리들, 작은 빛에 일렁이는 물빛, 기찻길로 이어지는 산책길, 석류나무와 감나무가 있는 작은 집, 낮은 담과 소박한 지붕이 만들어내는 동네 풍경 같은 것들. 이런 것을 떠올리다 보면 내가 욕망하는 것이 무엇인지 조금씩 다시 선명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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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putnik.K :